I'm in :: 情動의 힘 - rony_C

아 다리 근육 쩔어

일기 | 2008/10/12 17:08 | rony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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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보지 마라여. 나도 한다면 하는 년이네여. 흥. 내가 뭐 눈 짜개지면 마우스 딸칵거리는 거 밖에 못하는 줄 아나여? 됐습니다. 그야말로 아나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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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별 생각 없었어요. ...... 난 그냥, 난 그저--- 잡생각을 조금 날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뭣보다.................................... 시간이 너무 남아돌아서.☞☜

근데 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까지 쨍하던게 산 가는 날 비 예보 떨어지는 건 뭐래요? 사람 사는 게 참 이래요.

근데 또 이런 말도 있잖습니까? 인생사 새옹지마라구.

아 글쎄 가니까 딱 맞춰서 타고 올라가시라고 도선사에서 버스를 대절해주지 뭐에요. 편허게 타고 올라갔지요.

올라가다보니 친구가 나란 인간 도시락 안 싸올게 뻔할 뻔자라 김밥을 두줄 싸왔다지 뭡니까? 물통도 두 통이나. 생각해보니 참. 좋은 놈입니다. 장허다.
근데 웬걸. 나란 인간 그 날 하필 준비를 다 해갔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30분에 한번씩 김밥 찔끔, 포도 찔끔씩 먹으며 올라가는 아저씨들 나눠드리기까지 했지요. 호쾌하게 웃던 그 아저씨, 정상에서 갚는다더니 보이질 않더라구요.

그 뿐입니까. 인터넷에서 코스 볼 때는 2시간 반 코스라고 적혀있고 입산금지 풀린지 얼마 안됐다고 얼핏 그러길래 옳다구나 그리루 가자 했는데 이게 뭡니까. 전문가 코스입니까.

다시 내려가는 일이 더 태산이라 꾸역꾸역 울며 겨자먹기로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이네 어쩌네. 이러고 한참 앉아있었습니다.
아니 뭐 저라고 알았겠습니까. 가뿐한 산책길과 같은 코스를 지나 봉우리에서만 살짝 허벅지에 힘줄줄 알았지. 정말 초입부터 정상까지 단 한 코스도 평탄한 코스가 없는 건 물론이오 아무리 올라도 올라도 돌계단 나무계단 바위계곡 암벽등반 그리고 무한반ㅂ............ 하하ㅏ하하하핳!!!!!!!!!!!! .....그럴 줄 알았겠냐고요.

말도 말아요. 엎어지는 김에 코 깨진다고. 올라가다 구조대 산장 옆에서 주섬주섬 또 김밥을 주워먹고 앉아있는데 한 방울 두 방울, 기다리던 그 분이 내리시더라구요.
아이구야. 친구도 저도 이거로구나. 김밥이 다치지 않도록 신속 정확하게 접어 넣고 다시 열심히 돌계단 나무계단 바위계곡 암벽등반을 했지요. 그러나.

꺄꺄 비가 그쳤어.
뭐야 오잖아.
꺄꺄 다시 그쳤어.
뭐야 오잖아!
꺄꺄--- ......이거, 지금 우리 놀리는 거지?

......^_^ 야아. 거 정말 참. 없던 우정이 샘솟겠더라구요. 우리는 마주 보지도 않고 그저 허허시발껄껄 웃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았지요. 정말, 그때까지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한치 앞이 안보이는 가우시안 효과를 감탄하는데 바빴어요. 오늘도 우리는 기상청의 혓바닥안에서 놀아났구나 했더랬습니다. 이런 식으로 막장가는구나 싶더라니까요.
그러나 막걸리 맛이 죽인다는 백운대 산장에 도착하여 마악 본격적으로 남은 김밥을 먹으려 하는 찰나, 지금까지의 고난은 장난이라는 식의 장대비 주루줄줄..................

이거 뭥, 답이 없네?
 
우리는 그대로 산장 안으로 들어가 잔치 국수를 시켰습니다.
이야 비 잘 오네. 국물 마셔. 어이구야, 그래도 우리 여기 도착하고 와서 다행이다 이거 남은 김밥 먹어. 응. 그치겠지 도시락도 열까? 야 정상 가서 먹을 꺼 없잖아. 냠냠쩝쩝.
사실 별 대책은 없고, 먹을 걸 다 먹었는데도 비가 계속 내리면 그대로 막걸리 고고싱 하려고 했습니다. 뭐 용 빼는 재주 있간대요. 미쳤습니까 그 비에.

근데 웬걸. 잔치 국수의 마지막 면발을 마저 빨고 나니 고 비가 기다렸다는듯이 고대로 그치대여. 꺄꺄. 꺄꺄.

산장 앞에 지도가 있더라구요. 백운대 산장 > 위문 15분, 위문 > 백운대 정상 10분.
어? 뭐야. 우리 다 온거야? 얼른 올라가버리자. 버리자. 버리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하.............

.......

이거 왜 아무도 안 가르쳐줬습니까, 예? 아니 뭐 위문까지는 그렇다쳐요. 그런데. 위문에서부터 백운대 정상가는 길이 암벽등반 풀코스라고 왜 안 가르쳐줬냐고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뭐 이이씹오분? 이십오분 좋아하시네. 그거 쓴 삐리 누구야!!!!!!!!!

우리는 마치 황천을 건너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안개는 더욱 짙어져서 바로 앞에서 오르는 친구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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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장난 아닌 거는요, 목숨을 담보로 어깨쭉지 찢어가면서 올라간 것도 올라간 건데요, 올라가면 정상 중에서도 정상이 있잖아요? 거기에 사람이 꽤 있길래 친구랑 나는 고 밑에서 밥부터 먹었거든요. 사람들 좀 내려가면 보려고. 어차피 안개가 미친듯이 낀 상태라 허공에에 태극기 펄럭이는 것 밖에 안보였어요.

도시락을 꺼내서 돗자리의 아름다움과 도시락 반찬의 맛에 대해 논하며 한참 먹고 있는데 글쎄 우와....... 정말 거짓말 처럼 말이에요. 정말 무슨 요술부리는 것 처럼 말이에요, 밑에서부터 바람이 올라오더니 안개가 반쪽으로 천천히 갈라지는 거예요.
사람들 전부 우와.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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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부터 갈라지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도봉산 팔봉이 차례로 개이고, 이어서 그 바로 앞에 있던 인수봉이 뽀얗게 드러나더니 그 다음으로 남쪽이 갈라져서 우리가 타고 오른 우이동이며 단풍파도가 펼쳐지고. 마지막으로 정상쪽이 열렸어요. 정상 주변으로 안개가 흩어져서 아지랑이 피어나듯이 감싸고 도는데 소리지르면서 정상으로 뛰어올라갈 수 밖에 없더라구요. 정말 그 수 밖에 없었어요. 거기다 사람들도 딱 그 때 다 내려갔지 뭐예요.
그건 정말 사진 찍고 싶었어요. 원래 사진 찍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무 설레서 사진 찍고 싶었어요.

아무도 없는 정상 바위에 올라섰더니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바람을 탄 안개가 내 겨드랑이로 내 귀 옆으로 내 머리를 넘고 흘러돌았어요. 올려다 본 하늘은 천천히 말개졌구요. 굽어 본 단풍은 더 붉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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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철이 좀만 더 있었으면 이거 보고 내려가는 건데. 걔 왜 그렇게 빨리 갔냐."

그러게요. 좋아하는 사람, 정말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싶은 광경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건 사진으로, 또 전화로는 쉽게 나눌 수 없기도 해요. 용철이 아저씨가 그때 다시 올라왔다해도 나누지 못해요.

막판 그 살인적인 암벽등반에 질려 주저앉았던 친구도 입으로는 우리 어떻게 내려가 하면서도 좋아했어요. 사실 저도 좋아서 소리지르면서도 내려갈게 걱정이긴 했어요.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진 무릎과 흐물흐물해진 다리근육 덕분에 하산길 한 걸음 한 걸음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했지만, 뭐 쨌든 곰방 내려왔어요. 실은 다리를 던지다시피 해서 팔로 내려왔어요. ㅋㅋㅋ

10월은 좋은 달이에요. 좋은 날들이 있는 좋은 달이에요.
단풍도 있고, 사랑도 있고, 시험도 있고. 갈갈이 찢어 부서진 몸의 근육 같은 건 괘념치 말자구요. 누워서 오줌 싸게 생겼지만 어때요. 그 와중에도 이렇게 컴퓨터는 하고 앉아있잖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러니까 이렇게나 좋은 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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