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째 비가 내린다.
민망할 정도로 천천히 세상이 젖는다. 우산을 쓰는 것도 잊고 걷는데 눈앞의 회벽을 타고 흐른 빗자욱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거리 위로 깔린 먼지 냄새가 지독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 즈음, 버스를 탔다.
감사합니다.
버스 안을 가득 메운 시큼한 냄새가 교통카드를 찍기도 전에 밀려왔다. 나는 모두 다 잊고, 먼지도 공간도 사람도 시간도 잊고 자리에 앉자마자 창을 열었다. 발이 닿지 않은 땅은 땅이 되지 못하고, 다리로 밀지 않은 공기는 공기가 되지 못하고, 부딪혀 새기지 않은 시야는 인식이 되지 못하고- 나는 창을 닫았다.
격렬한 봄을 맞이하는 서울은 어둡다. 어느 새벽의 꿈처럼 춥고 조용하다. 더이상 사근히 오지 않는 봄은, 비는, 눈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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