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 :: 情動의 힘 - rony_C

환상

일기 | 2008/04/25 00:40 | rony_C

어제, 자기소개서를 좀 봐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물론 나야 내 소개도 변변히 못 하는 인간이지만 친구들은 내게 국문과면 그래도... 하는 반짝반짝 마음이 있나보다. 껄껄. 그래그래. 나도 미적분 10초만에 하는 너희가 신보다 위대하다고 봐.

쨌든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글 퇴고 하듯이 수정해줬다. 그 과정에서 글의 의도와 지원 회사에 대한 것 좀 맞춰보려고 오랜만에 메신저를 썼는데 그게 또 워낙 간만이다보니 우리는 그만 자제력을 잃고 밤새 노가리 깠다.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지원하는 회사는 법무법인 어쩌구 였는데 회계 전공인 친구는 경리과 지원이었다. 재무팀도 아니고 하필 경리과가 뭐냐며 회계 중에서도 상노가다라 투덜댔지만 그 아해도 집에서 이미 찬밥 더운밥 가릴 짬밥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조건 헤딩해야 했다.
좌우당간. 공무원과 자격증과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는 가세 같은, 그런 찔찔하고 꿀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당연하게도 우리는 남자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 : 야. 안되겠다.
친 : 왜?
나 : 너도 가서 쯔게 주임을 잡아.
친 : ......
나 : 왜에.ㅋㅋㅋ 너라고 안 될꺼 없어! 겟츄♥하란마리야. 게츄!
친 : ㅋㅋ웃겨. ㅠㅠㅠ 근데 그 여자는 멍청해도 몸은 좋았잖아.
나 : 그 정도면 니 몸도 됐어!
친 : 난 너도 알다시피-_-
나 : 음... 걱정마. 요즘엔 좋은 속옷 많다 ㅈ아. 벗지만 않으면 알게 뭐야.
친 : ㅋㅋㅋㅋㅋㅋ그럴까?
나 : 그러엄!

그 뒤 우리는 가상의 쯔게 주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해 신명나서 북치고 장구치다가 친구의 한마디에 다시 한국의 XX법무법인 경리과 젤 꼬붕 그저그런 女(24)로 돌아와야했다.

나 : 그니까 가서 일단 주임이 좀 딱딱하고 센스 꽝이라도 잡고 보란 말이야.
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 : 딴 애들 다 방심하고 줘도 안 먹고 싶은 그런 놈이 내 남자가 되면 쯔게가 된다는 거지!
친 : 로또야?
나 : ㅋㅋㅋㅋㅋ일종의.
친 : 아니 근데 다 좋은데
나 : 어어.
친 : 경리과에 남자 주임이 있냐고.ㅋㅋ
나 : .........................없냐?
친 : 아마?
나 : 18. 그럼 오다가다 변호사라도 좀 잡아보던가.
친 : 그거야말로 숫자 100개짜리 로또 맞추기.ㅋㅋㅋㅋㅋ 그래도 취직되면 너도 하나 해줄게.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피차 남 일이라 이거지. 같이 죽어보자 우리.
친 : ㅋㅋㅋㅋ

......

이렇게 우리의 작고 푸른 꿈은 찰나의 봄처럼 허망히 끝나부렀다. 쩜쩜쩜. ......후욱. 제기랄, 쯔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서 잠깐. 내가 개떡같이 말하고 친구가 찰떡같이 알아들은 '쯔게'란 무엇인가.
아는 사람은 아는 만화책, [클로버]의 남자주인공(님) 되시겠다. 회장 아들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고 이사도 아니고 전무도 아니고 실땅도 아닌, 그이는 주임♥ 그러나 책 제목에서부터 폴폴 풍겨나오는 로또의 기운처럼 그는, 고지식하고 쌀쌀하며 패션의 ㅍ까지 쒯인데다 나만 보면 멍청하다고 잘난체 인상을 구기는 노땅인데 의외로 정말 잘난 마이카를 굴린다. 거기다 어느날 그 카에 나를 태우고 여기저기 쏘다니더니 그날 바로 뜬금없이 이쿵저쿵 다 자르고 사귀자, 하는 분이시기도 하다.
처음엔 황당하여 이 미친놈이?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나쁜 제안이 아닌 것 같아 사귀게 되었다.(←늘 이 부분이 제일 웃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작자, 좋은 걸 좋다하지 못하고 싫은 걸 싫다하지 못하는 영락없는 부끄럼쟁이?
오호라 혹시 이것도? 해서 말하면 어느새 들어주고, 설마- 하고 도망가면 정말로 따라오고, 집은 원래 남부러울 것 없는 데다 가만보니 섹시하다. 게다가 머리 내리니까 네? 이 아해... 누구......
세에상에. 이거야말로 네잎이 아니라 다섯잎짜리 클로버 뜯은 거 아니고 뭥미? 회장 아들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개구리 왕자님이다. 개구리한테 사랑한다고 입맞췄더니 귀만 빨개져서 무표정한 얼굴로 인간이 된 남자가 한번 더 하잔다. 주여, 아버지.
 
나는 친구에게 저런 전개를 바랐지만 역시. 개구리가 어떻게 사람이 되냐는 본질적 반문만이 돌아왔다.-_-

사실 내가 이런 신데렐라는 어려서 얘기를 하는 건 오늘 돌아다니다가 배 잡고 넘어갈 뻔한 포스트를 봤기 때문이다.
 

준비하시고



그러나.
이거이가 끝이 아니다.


얜 진짜 자음남발 무한



"일기" 분류의 다른 글

간딴명뇨 (0)2008/09/01
파비콘, 블로그아이콘 (0)2008/09/06
개강. (0)2008/03/05
자아. 그래요 이제 (0)2008/10/26
그래 (0)2008/10/07
TAG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ronyc.com/tc/trackback/69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